어린 시절 자주 가 본 곳 중, 음습하고 우중충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공간이 있다면 단연 세운상가를 떠 올릴 수 있다. 세운상가란 종로 4 가 종묘 맞은 편에 있는 주상복합상가건물을 말한다.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상가였는데, 상가건물 아래로 나있는 어두컴컴한 보행도로 주변에 외제물건과 까치담배, 도색잡지들을 팔고있는 리어커상들이 진을 치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 40 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상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세운상가는 종로 4 가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남쪽으로 청계상가, 대림상가, 신성상가, 진양상가로 이어져 을지로를 지나 퇴계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개발연대에 지어진 슬럼화된 건물들이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맥을 끊어놓은 채 50 년 넘게 버티고 있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