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가 몰고 온 거대한 광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날조했거나 체세포를 위조한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다. 진실규명의 거의 막바지 단계에서야 부랴부랴 국내의 전문가집단이 재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사태를 뒤집을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 생명공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기 까지 국내에서 벌어진 사상초유의 대중적 집단광기는 모든 상식인들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며칠 전 한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다수 한국인들(일부라는 거짓말은 차마 못하겠다.) 이 보인 이러한 행태를 1930 년대 히틀러에 열광하던 독일대중에 비유한 바 있다. 맹목적 애국심에 양심을 저당 잡힌 오합지졸들의 아우성 이라는 말로도 표현했다.
여기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한 것이 일부 언론이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이사기자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좌파가 보통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며 황우석 연구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표적으로 돌팔매를 퍼 부을 것을 선동했다. 모든 언론 과 기타 관련 사이트마다 떼를 지어 몰려 들어온 네티즌들의 언어 폭력과 선동의 내용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방송사 앞에서 격렬한 시위사태가 벌어졌고, 금기야 천 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난자기증을 서약하는 기상천외한 운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이런 광란의 낮과 밤이 몇 주일 동안이나 계속되는 동안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했다. 평소에 그렇게 말이 많던 노무현 대통령 조차 PD수첩 문제에 한마디 거들었다가 애국주의자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갑자기 바보라도 됐는지 잠잠해졌다. 국내기성 과학자들의 비겁함은 더 거론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인맥관계 나 당시 생명공학 계 에서 황우석 박사가 가지고 있던 권력을 감안해 이해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그들의 대응방식은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무책임한 것이었다. 이미 대세가 거의 기울어진 12 월 10일 에 와서야 그나마 서울대의 일부 소장학자들이 재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써 외국 학계나 기관에 선수를 빼앗겨 자정능력 조차 없는 삼류국가로 몰락하는 비극만은 피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번 사태에서 거의 유일하게 건진 작은 희망일 것이다.
내가 가장 우려 하는 것은 한국 생명공학 계의 장래도 아니고 우리가 한 과학자 팀의 과욕으로 인해 국제적 개망신을 당하게 된 꼴의 현실도 아니다 과학자를 신(神)으로 둔갑시키려 한 대중의 심리는 이제 배신감과 허탈감을 보상 받으려는 또 다른 광기로 표출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국익을 위해서는 어떤 진실도 덮어버릴 수 있다는 몰상식을 세계만방에 드러낸 마당에 우리 스스로가 잘못을 바로 잡았다며 안도하고 있을 게재가 아니다. 18 년 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무릎 꿇린 것은 대다수 국민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바로 잡은 힘의 단초는 용기 있는 소수에게서 나왔다. 그리고 시종일관 그 소수가 이 진실게임의 한 편에 서 있었다. 사회적 매장과 심지어 살해협박을 무릅쓰고 지속해 온 그들의 노력이 그나마 나라 전체가 이성을 잃은 광신집단으로 매도될 뻔한 나락에서 가까스로 구해 낸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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