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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새 아침에

sarnia 2005. 10. 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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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 컬럼) 변혁의 새 아침에
글쓴이: 운영자  날짜: 2004.05.17. 13:14:45   추천: 55

총선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열린우리당의 압승과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시대의 뚜렷한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지역정서나 냉전논리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반가운 현상이다. 국민의 의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탄핵을 주도했거나 '잘못된 여론'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오만하게 건방을 떨던 의원들 상당수가 추풍낙 엽이 되어 의사당 밖으로 쫓겨났다.
아직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가부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 진보세력은 정부와 의회에서 동시에 주도적인 위치로 올라섰다. 이로써 멀지 않은 장래에 진보세력이 ‘명실공히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진보세력의 권력장악이란 단순한 정권의 교체나 정파 간의 권력 나눠먹기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아니, 이야기 돌리지 말고 솔직히 말하자면 ‘사회주류의 전면 교체’를 포함한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의 보수 기득권 세력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 공포, 전율을 여기저기에서 감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수 기득권 커넥션의 뿌리는 깊고 줄기는 넓게 퍼져있다. 그들 내부의 복잡한 계보까지 미주알 고주알 캐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과거의 친일 엘리트 집단을 뿌리로 하여, 그들로부터 뻗어나온 줄기가 인맥, 학맥, 혈연, 지연을 타고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종교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군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아직도 철옹성처럼 단단하다는 것은 너 나 없이 아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치집단으로 하여금 대통령 탄핵이라는 ‘자살돌격’을 불사하게 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과 무모할 정도로 두둑한 배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총체적 몰락’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벌이고 있는 저항 또한 처절하고 극적인 면을 보여준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한강변 천막에서 갑자기 거듭났다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의 눈물과 미소가 보수 기득권 세력의 ‘기분과 속마음’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좌익정권 타도를 위한 군사쿠테타’이야기가 이유 없이 나왔겠는가. 총선 이후를 겨냥한 것이 분명한 이 말은 분별 없는 돌출인사가 실수로 내뱉었거나, 생각해 보니까 성질나서 한 번 해 본 소리가 아니다. 이것이! 그들 ‘핵심세력’의 정서고 솔직한 속내다. 그동안 보수언론에 우익논객들이 써갈겨 왔던 살벌하기 짝이 없는 컬럼들을 보면 모르겠는가. 보수 기독교 교단의 일부 목사들까지 나서서 설교시간에 ‘하나님의 이름으로 반미좌익세력을 척결하자’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판국이다.
그들의 논조와 눈동자에서 번득이고 있는 살기와 광기를 보고 있노라면 ‘대통령 복귀’고 ‘개혁’이고 그 전에 나라부터 결단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정부 일각에서 ‘상생(相生)과 통합’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누구하나 귀를 기울이는 시늉조차 없다. 하긴 상대방을 서로 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에서 상생과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씨가 먹히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의 싸움이 지엽적인 명분이나 실리를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가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기본가치와 주류의 교체를 둘러싼 ‘마지막 대결’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의 주체도 정치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된 ‘전면적 변혁’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 마당에 상생과 통합을 외친다고 누군들 설득력있게 받아들이겠는가. 문제는 ‘전면적 변혁’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그 때문에 치루어야하는 ‘댓가와 희생’을 얼마만큼 최소화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이야긴데 보수기득권세력은 지금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하겠지만, 무엇이 자신들과 국가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4. 13 호헌 조치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탄핵’뒤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했으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가.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은 분명하게 진보세력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구냉전의 잔재가 아직도 화인(火印)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주의와 색깔론, 인권탄압을 상징하는 인사들이 높은 득표율로 다시 당선된 사실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초원복집사건의 주인공 김기춘씨, 빨갱이 타령의 대가 김용갑씨, 고문수사의 대부 정형근씨 등이 '지역바람'에 힘입어 다시 의사당에 얼굴을 내밀게 된 것은 '시대의 비극'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아울러 개혁에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가를 간접적으로 시사해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이자 의회의 다수당으로서 야당 내의 진보세력들과도 연대하여 본격적인 개혁정책 및 입법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그동안 의회를 장악했던 수구세력의 훼방으로 발의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각종 개혁입법추진은 물론 반민족특별법, 국가보안법의 전면 개정과 호주제 폐지등 다루어야 할 난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부도덕하기 이를 데 없는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낙인 찍힌 이라크 전쟁에의 파병을 재고하는 문제 역시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재야나 운동권이 아닌 책임있는 집권 세력다운 자세와 정서를 가지고 대화와 통합의 정치를 펴 나가되 '원칙을 무너뜨리는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총선을 통해 다수 국민이 던진 분명한 메세지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기 바란다.
강현(에드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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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븐 글은 CN드림 4/23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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