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철학이 천박한 분들에게 드리는 쓸쓸한 연가

sarnia 2009. 11. 24. 11:54

기장게시판이 더 이상 철학이 천박한 분들의 놀이터가 돼서는 곤란하다.

 

그들은 역사와 개인을 가치판단 하는 방법이 각각 달라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한마디로 그들이 무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식이란 개념은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의 부재를 뜻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 현대사와 관련된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 보유량으로 말하자면 조X제를 능가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를 유식하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불학무식한 자다. 철학이 천박하기 때문이다.    

 

인간 삶의 물질적 조건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부와 번영은 반드시 공동체와 인류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공생이라고 하는 철학을 토대로 그 한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철학과 규범이 없는 번영지상주의는 십중팔구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악랄한 제국주의 범죄로 가는 첩경이다. 우리가 20 세기 제국주의에 부역한 정치세력과 지식인들을 가혹하게 단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우리의 자녀들이 공생의 철학이 부재한 반인륜적인 시대를 살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20 세기 제국주의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철학을 완전히 배제하고 국가단위 또는 민족 단위의 소공동체 지상주의를 이념적 토대로 번영을 추구했기 때문에 전쟁과 학살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그 행위가 정당화 됐다. 친일파 단죄는 그들 개인을 단죄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 반인륜적 사상에 부역한 그들 어깨에 무겁게 지워져 있는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과분한 짐을 내려 놓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도 편안하고 공동체의 가치관도 올바르게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만 새삼스럽게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20 세기 제국주의를 경험한 문명국 거의 전부가 60 여 년 에 걸쳐 해 왔고, 우리는 이제야 뒤늦게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막강한 경제위상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일본사람들을 우습게 알고 있는 이유는 그 국가 공동체 안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역사를 반성하는 지성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번영지상주의자들만 날뛰고 있는 것 같으니 한심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어느 기독교 단체에서 만든 동영상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서독 광부와 간호보조원들을 방문한 박정희 내외의 눈물, 울음바다가 된 교민들과의 만남의 장, 열심히 일해 후손에게는 결코 남의 나라 노동자로 팔려나가야 하는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는 모두의 다짐.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박정희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서독 대통령 뤼브케……

 

내가 보기에 별로 잘 편집되지도 않은 이 신파극만 보고도 눈물깨나 흘린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박정희라는 사람은 독재를 했지만,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하면서 진심으로 눈물도 흘렸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했구나

 

내 글에 댓글을 달아놓은 어느 분처럼 “통일벼를 만들어 굶주린 민초들을 먹여 살린 분이라는 메뚜기 통일벼 뜯어먹는 소리까지는 안 했더라도 만일 당신이 저 동영상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경험이라도 있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당신의 감성 안에 철학을 오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이미 침투했다는 명백한 양성반응이기 때문이다.   

     

 

제 글을 읽고 쓸쓸해 지려고 하는 분들을 위해 드리는 쓸쓸한 연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