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게릴라가 출몰하는 한신대 대학원

sarnia 2009. 5. 4. 10:50

한신대 신학전문대학원 학생회가 매년 석가탄신일에 거는 축하 현수막이 동 대학의 보수신앙을 가진 대학생들에 의해 훼손됐다는 소식을 듣고...... 

 

야밤에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침투해 남이 걸어놓은 현수막을 훼손하는 행위는 참으로 비겁하고 한심한 행동입니다. 더구나 이런 짓이 20 대 초반의 대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사안이지요.

 

이 부끄러운 짓을 하는 이유가 현수막의 나무토막이나 천을 팔아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짓은 아닐 테고, 자기 나름의 어떤 신념 때문 인 듯 한데, 그렇다면 좀 당당해 져야 할 것 입니다. 차라리 이세진 씨라도 본받아 대낮에 그 현수막 아래서 팻말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일인시위를 하는 게 정도가 아닌가요?     

 

이런 비겁한 짓을 양심에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깨달음의 신앙이 아니라 이념화된 종교에 잘못 의식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이단 (heresy) 이라는 말은 한국 보수기독교가 아니면 상용어로서 듣기 힘든 단어입니다. Heresy라는 말은 그 유래가 된 그리스어로 선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선택은 하나님께서 선물하신 귀중한 인간의 본성이지요. 신앙과 교리에 관한 한 선택이 금지된 중세기에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던 단어입니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왜 뻑하면 이단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남들을 단죄하고 못살게 굴기를 좋아할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항상 남을 정죄하고 다른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자기가 믿는 신념과 소속된 집단의 boundary를 튼튼하게 해 보려는 자기 최면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기 최면 현상은 어떤 종파든 종교적 성공을 위해 거의 자동적으로 수행되는 내부집단의 보다 강력한 연대의식과 조직적인 결속을 위해 채택된 교리들이 이론화되는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형태로 전파되고 전승되어져 온 것 입니다. 말하자면 윤병선 님께서 아래 글에 언급하신 그 한신대생들이든 감리교 장모씨 든 모두 이런 종교의 탈을 쓴 배타적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인 것 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어떤 종교적 고백을 하든 다른 이는 그 사람 나름의 또 다른 종교적 신앙과 고백의 내용을 가지고 있고 항상 서로 자기의 것을 객관화시켜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자기정체와 편집증으로 모두의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결국 종교적 파산과 신앙적 패가망신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 입니다.

 

광신자들이란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 방언을 하며 할레루야를 외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편집증에 사로잡혀 오밤중에 복면을 쓰고 게릴라처럼 출몰하여 자기 마음에 안 드는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다른 종교의 성소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은 폭력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입니다.

 

외국에서는 대체로 이런 광신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등 자기 공동체 안에서 고립적이지만 비교적 평화로운 종교생활을 하는 데 반해 한국의 광신자들은 주야로 나타나 여러 가지 형태의 민폐를 끼치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입니다.

 

오랜만에 오셔서 좋은 정보를 올려주신 윤병선 님께는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그 한신대생 세 분이나 이단타령감리교 장 모씨가 제 글을 읽고 반론이나 기타 하실 말씀이 있으면 언제든지 하세요. 특히 그 한신대생들이라는 분들은 좀 더 당당해 졌으면 좋겠구요. 토론방에 올리기 어려운 말이 있으면 sarnia@hanmail.net 으로 하셔도 좋은데 다만 메일토론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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