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 그 개망신을 바라보며

미국과 직접 담판하라

sarnia 2007. 7. 31. 13:53

Mohammed Omar를 포함한 탈레반 최고 지도부가 인질 살해 결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명분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인질들이 갈 길이 정책적으로 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원하는 수감자들과의 맞교환 외에는 이들을 살려내 올 방도가 달리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카르자이 정권은 미군이 없으면 일주일 안에 붕괴하고 말 약체 정권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무기장사꾼과 마약상 (Drug dealer)들이 우글거리는 양아치 집단에 불과하다. 이런 자들과 시간낭비를 하는 동안 두 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오히려 탈레반은 일관된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 친미정권의 관리들이 여기 저기서 튀어나와 탈레반이 돈을 요구하고 있다느니, 협상시한을 이틀 연장했다느니 하며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려 댔다. 시간을 끌고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기 위한 그 누군가의 농간이다. 아프칸 관리들의 언론플레이에 정부협상단과 언론이 한꺼번에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동안 인질 두 명의 몸이 벌집이 됐다.            

 

이제 방도는 하나뿐이다. 애당초 지적했지만 협상의 열쇠는 처음부터 미국이 쥐고 있었다. 미국은 지난 번 이태리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수감자 석방에 비공식적으로 마지못해 동의하고서도, 수감자 석방 후에는 공개적으로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한 카르자이 정권을 맹공한 바 있다. 카르자이 정권은 그 협상이 ‘One time deal’ 이라며 더 이상의 인질-수감자 맞교환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었다. 한마디로 짜고 친 고스톱이다. 왜 새삼스럽게 그런 연극이 필요했을까? ‘테러와의 전쟁은 여기저기서 패퇴와 고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있지도 않은 적을 억지로 만들려다 세계적인 반미성전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강대한 적을 만들었으니 당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다. 이런 마당에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인질로 인한 부담까지 질 수 없다는 판단아래 스스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게다가 지난 번 이태리 인질과 바꾸어 풀어준 탈레반의 전사들은 현재 카불에서 불과 60 km 떨어진 곳에 미니 거점을 확보하고 항전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미국의 마음을 더욱 굳어지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처지가 어려운 것은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사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어야 할 미국은 현재 그런 역할을 해 줄 의사가 전혀 없다. 그러나 수감자 석방은 미국의 양해 없이는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안이다. 정부만의 힘만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이번 사건에 일차적인 동기를 제공한 교회가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스스로 실마리를 찾고, 결정권이 있는 자들에게 요구를 하든 애걸을 하든, 무언가를 하기를 기대한다. 그게 무슨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너무 무책임하고 비겁해 보이기 까지 한다.    

 

이번 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비록 그들이 소속된 교회집단이 다른 종교문화권에 가서 벌여왔던 단기봉사와 선교 행위의 가치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생명의 스러짐 앞에서 감정의 기복이 교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남은 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