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록키의 어느 산 꼭대기에 혼자 서서......

sarnia 2009. 7. 24. 15:38
 
Banff 에 있는 Sunshine Meadows 입니다. 록키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생명의 소중함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Sunshine Meadows 가 바로 그런 곳 이었습니다.

 

록키산맥 자체가 거대한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인데, Sunshine Meadows는 두 세 시간 정도의 짧은 하이킹을 통해 이 대륙분수령을 발로 밟고 걸어 갈 수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자유여행자가 아니면 일부러 가기는 좀 어려운 곳 입니다. 혹시나 해서 감을 잡는 것을 도와드리기 위해 잠깐 가는 길을 소개합니다.

 

Banff 에서 자동차로 Lake Louise 쪽으로 8 km 정도 가면 Sunshine Village로 가는 Exit를 만납니다. 이 길을 따라 7 km를 올라가면 Sunshine Ski Resort에 도착합니다. 여름에는 물론 스키장이 문을 닫는데 Sunshine Meadows로 가는 셔틀버스는 이 곳에서 탑니다. 왕복 25 . 비포장 편도 5 km 정도인 걸 고려하면 결코 싼 요금은 아닙니다. 셔틀버스도 2차 대전 시절 사용하다 버린 것 같은 노란 색 스쿨버스입니다. 돈 아깝고 타기 싫으면 오르막 내리막 왕복 10 km 비포장도로를 흙먼지 뒤집어 써가며 걸어서 가도 되긴 하지만 저는 그냥 타고 갔습니다.

 

돈은 출발할 때 받는 게 아니라 올라가서 받습니다. 일단 타고 올라가서 ,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왔네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더군요.  

 

 

털털거리는 고물 스쿨버스를 타고 15 분쯤 올라가면 리조트 확장공사가 한창인 Sunshine Village Station 에 도착합니다. Sunshine Meadows 트레일 표지판을 따라 산길을 올라가 언덕 하나를 넘어가면 고물버스타고 올라 올 때 까지의 비포장도로-공사판 모드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해발고도 2200 m. 바로 이 고지위에 자리잡고 있는 평원자체가 식물생장한계선이었습니다. 산 꼭대기에 펼쳐진 7 월의 평원에는 키 작은 전나무, 향나무 등 침엽수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들판에는 이름 모를 알파인 꽃들이 한 창이구요.

 

이 지역은 1 년 중 9 개월은 눈 속에 파묻혀 있답니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은 1 년에 단 3 개월에 불과합니다. 9 월이면 벌써 칼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겨울 내내 영하 30-40 도를 오르내리는 혹한과 눈보라가 계속됩니다. 

 

나무들이 키가 작지만 수령 200 년 이상 된 것들이 많습니다. 연중 생장기간이 짧기 때문에 키가 작은 것 이죠. 자세히 관찰해 보면 남쪽으로 가지가 무성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나무들이 서로 바람을 막아주느라고 섬(island) 형태의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래 알파인 꽃들을 보세요.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생명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이 고지에서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는 이 가냘픈 꽃 들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가 또 있을까요?

 
 
에드먼턴 돌아가는 길에 Hot Springs에 들렀습니다. 이제는 유황냄새도 별로 나지 않고 수온도 39 도에 불과한 데다가 가격까지 10 년 전 보다 싼 7 불 얼마여서 미심쩍었지만 워낙 땀과 먼지에 범벅이 된 터라 일단 들어갔습니다. 매끌매끌한 수질은 옛날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에드먼턴에 살기 때문에 밴프를 가려면 자동차로 다섯 시간 정도 운전하고 가야합니다. 오후 2 45 분 차를 타고 올라가 5 시 반 막차 시간에 대서 내려오느라고 거의 뛰다시피 다녔습니다. 팻말에 Mount Assiniboine 이 써 있는 걸 보고 그 쪽으로 가려다가 30 km 라는 거리표시를 보고 왼쪽 트레일로 길을 잡았습니다 

 

Rock Isle Lake를 지나 위에 있는 호수 두 개를 모두 돌아오려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Standish View Point 쪽으로 방향을 잡아 꼭대기에 잇는 전망대까지만 갔다가 내려왔습니다 

 

관광객은 별로 찾지 않는 곳이어서 거의 나 혼자 하이킹 하다시피 했는데 다람쥐(무지하게 큰)외에는 큰 동물을 만난 적도 없고, 제가 급한 마음에 뛰어다니지만 않았다면 별로 땀 흘릴일도 없는 편안한 코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