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밴쿠버 여행일정에 대한 답변

sarnia 2005. 10. 4. 05:25

1. 일정에 대하여

 

사실 일정이 좀 여유가 없다 싶었는데 잘 되었네요. 그럼 내가 휴가를 하루 당겨 시작하기로 하고 6월 26일 토요일에 출발합시다. 단 은경이와 신우가 만 하루 이상 자기들끼리만 있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여 점심때 쯤 떠나는 걸로 하구요. 이동 경로는 중요한 포인트를 거의 섭렵할 수 있으면서도 불필요한 중복과 시간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게 짰으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Lake Louise 등은 어차피 통과하는 길목에 있기도 하지만, 한번 보았다고 해서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기 때문에 다시 집어넣었어요. 내 기억으로는 지난 96년 7월 Lake Louise에 갔을 때 빙하에서 증발한 수증기와 역광 때문에 제대로 된 면모를 보지 못했을 거예요. 기상조건과 시간대에 따라 천의 얼굴로 변화무쌍한 록키의 호수들은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곳이랍니다.

 

2. 이동 수단에 대하여

 

5박 6일 정도의 일정이라면 이동 수단은 자동차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 제 의견이에요. 이동중 볼거리가 별로 없는 중부나 동부라면 몰라도, 1천 2백 km구간 전부가 산과 호수, 구릉과 삼림, 강변 계곡 등 절경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놔두고 굳이 비싼 별도 비용을 지불하며 비행기를 타고 갈 이유는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에드먼턴-밴쿠버 구간의 항공료는 성수기 기준으로 1인 당 왕복 350CN$ 정도예요. 비행기로 갈 경우 4인 기준 약 1천 4백 불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죠. 밴쿠버에 가도 어차피 자동차는 빌려야 하는데, 문제는 자동차를 에드먼턴에서 빌려가지고 가나 밴쿠버에서 빌리나 비용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차량 렌트 기준이 사용기간이지 주행거리가 아니기 때문이고 연료비 차이 (약 180불?) 는 밴쿠버에서 차량을 렌트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비용 (높은 렌트비와 Provincial Tax) 등으로 얼마간 상쇄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차량사용기간은 4일이거나 6일이거나 '6일 사용시 할인규정' 때문에 보험료 (1일 당 약 22불) 외에는 사용기간 장단에 따른 비용차이가 없어요. 따라서 항공료 1천 4백 불은 거의 고스란히 추가비용이 될거예요. 차라리 그 추가비용의 10분의 1을 지출하여 Habour Tower의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멋진 저녁식사를 하는 편이 훨씬 낫겠죠.

 

3. 추가 방문지에 대하여

 

가는 곳의 선정은 일정과 여행 참가자의 Preference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잇어요. 애인이나 부부끼리 4-5일 정도 한 곳에 머물며 산책도 하고 게잡이나 바다낚시도 하고, 또 망망대해 태평양을 바라보며 모래찜도 하고 해수욕도 하면서 쉴 수 있는 곳. 밴쿠버 아일랜드의 토피노가 바로 그런 곳이예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예를 들어) 레이크 루이즈처럼 와서 한 두 시간 둘러보고 갈 만한 가치는 별로 없는 곳이에요. 우선 빅토리아에서 이곳까지 왕복 10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오가는 길의 경치도 별로고 가서 보면 그냥 해수욕장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해수욕을 할 수 있느냐 하면, 글쎄요, 북태평양의 북미연안은 4월부터 9월까지 한류가 흐르는데 평균 수온이 약 12˚c 정도까지 내려가요. 한류어종인 명태라면 모를까 심장마비 걸리기 딱 알맞은 수온이에요. 난류와 25˚c 정도의 온수에서만 물놀이를 해 온 한국사람들에게는 별로 맞지 않는 곳이에요. 반면에 휘슬러에 대한 의견 제시는 아주 탁월했어요. 나도 여행계획을 짜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휘슬러를 일정에 넣을까 말까 하는 것이었는데, 4박 5일 일정에서는 아무래도 무리라 뺐지만 5박 6일 이라면 당연히 가야죠.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골프장이 또 압권이죠. 여기 골프장은 아놀드 파마가 직접 디자인한 곳으로도 유명해요. 스쿼미시를 거쳐 바닷가를 끼고 가는 길도 썩 훌륭하고, 보내드린 일정에서 하나 더 추가했으면 하는 곳은 UBC 대학의 Museum of Anthropology 예요. 북미 여러지역을 두루 다녀본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Museum들이에요. 이곳의 박물관들은 거의 예외없이 First Nation (원주민)의 역사와 Natural History (자연환경의 변화사)를 입체 공간 속에서 생동감 있게 전시하고 있어 어떤 관광명소에도 뒤지지 않는 볼거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Victoria Wax Museum의 지하 전시관에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 권력이 저지른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고문과 폭력이 적나라하게 실물 형태의 밀랍으로 묘사돼 있는데, 10여 년 전에 본 장면 하나하나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죠.

도시를 보는 것은 자연을 보는 것 하고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처음 가는 곳에 대한 호기심은 좋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죠. 기대보다는 탐구하는 자세, 자기가 살아온 세상과 다른 점을 발견할 때마다 느끼는 생경감과 재미 이런 것들이 도시 여행의 의미를 부여해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시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공부라는 것이 어느 호텔이 싸고, 어디어디가 볼 만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와 Culture을 이해하는 것 부터 시작하는 공부 말이에요. 하이네의 시(詩) 세계와 성장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이 로렐라이 언덕에 올라가 봐야 그 시인 나부랭이가 순 사기꾼이라는 생각밖에 더 들겠어요.

밴쿠버를 헬기에서 내려다 보면 숲과 바다, 빙하에 덮힌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동화 속에 나오는 도시 같은데 인구 2백만이 넘는 대도시가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세계 2백 여개국에서 모인 인종들이 수백가지의 언어로 떠들어대며 살고 있는 전형적인 모자이크 타운, 그 중에 한국사람들도 5만명이나 북적대고 있구요. 밴쿠버에서 일주일 정도만 지내다 보면 왜 UN이 밴쿠버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10년 연속 꼽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얼마 전에 물러난 캐나다의 수상 진 크레티앙은 '캐나다에 다수민족 (Majority)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했어요. 밴쿠버나 토론토에 가면 그 말을 실감할 수 있는데 '정체성'이라든가 '민족적 동질감'따위의 단어들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아주 생경한 문화죠. 여러 소수민족 타운 중에서 차이나 타운은 반드시 들려야 할 Point예요.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북미 최대 규모라는 그 곳의 차이나 타운은 작위적인 느낌을 줄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데 반해, 두 번째로 큰 규모인 밴쿠버의 차이나 타운은 60년대 동대문 시장 같은 자연스러움이 넘쳐나는 곳이에요.

이상이 일정조정과 추가 방문지 그리고 이동수단에 대해 의견을 내신 것에 대한 간략한 답변이에요. 이메일 용량이 너무 많으면 글자가 깨지거나 느낌표 따위가 글자 사이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만 줄일게요. 단 일정 6월 26일-7월 1일(5박 6일)에 대한 찬반여부에 대한 답변을 빨리 주시고 나머지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사안별로 천천히 토의해 가도록 합시다.

P.S. 1. 4명만 간다기에 승용차로 예약했는데 VAN (작년 여름 재스퍼 갔을때 이용했던)이 편하면

           알려주세요. 장거리 여행에는 아무리 좋은 고급 승용차라도 VAN에 비할 바는 못되죠.

P.S. 2. 차 두대를 놔두고 굳이 렌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장거리 여행에 자가차량이용시 발생하는 감가상각 및 손상가능성 배제

           둘째. 사고 또는 차량손상 발생시 보험혜택이 절대적으로 유리 (100% Damage Wavior)

           셋째. 고장 등 문제 발생시 신속하게 무료 서비스 제공

P.S. 3. 보내신 E-mail을 보면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과 '은영이가 갖고 있는 큰 기대'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두가지 컨셉이 어떻게 잘 결합될 수 있는지 좀 구체적으로 알려 주시면 프로

           그램 짜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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