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는 1 년에 4~5 번쯤 갑니다. 겨울이 아니면 비행기로 가지 않고 운전을 해서 갑니다. 에드먼턴 우리 집에서부터 포트 무디 누나네 집 까지는 편도 1155 km 입니다. Hinton 에서 가스 넣고 점심식사하고, Robson Mountain 에서 산책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Kamloops Husky 주유소에서 다시 가스 넣고 샤핑 몰에서 저녁식사하고 좀 쉬었다가 최단거리 루트인 코크할라 하이웨이를 선택해서 달려가면 총 약 13 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침 8 시에 출발하면 오후 8 시(에드먼턴 시간 오후 9 시)에 도착하는 거지요.
보통 장거리 여행할 때는 제 차를 혹사시키지 않고 렌트합니다. 참고로 지난 5 월 21 일부터 25 일까지 AVIS 에서 현대 엘란트라 (2천 km 정도 밖에 안 뛴 거의 새 차)를 만 4 일 (96 시간) 빌려 약 3 천 km 정도를 사용하고 반납했는데 지불한 총 렌트비는 tax 포함해서 고작 91 불. 자기 차 가지고 다닐 필요 있나요?
록키산맥을 횡단하기 전에 재스퍼 입구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중 입니다. 엘란트라는 처음 몰아 보는데 자동차에 대해서 남다른 식견(?)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제가 지금까지 약 4 백 km를 달리고 나서 느낀 소감은 이렇습니다.
‘명박이가 이 자동차와 같은 그룹 출신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번 여정은 갈 때는 코크할라 하이웨이를 이용했지만 에드먼턴으로 돌아올 때는 휘슬러-릴루엣-캐쉬 크릭을 연결하는 공포와 죽음의 산악도로 Sea-to-Sky Highway를 이용했습니다. 험산준령을 구비구비 넘는 험난한 여정. 사람 사는 마을은커녕 한참을 가도 마주 오는 차 한대 발견하기 힘든, 말 그대로 태고의 자연이 숨쉬는 곳 입니다.
밴쿠버 한인타운입니다. 이곳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습니다. MBC 아메리카의 뉴스특보 생방송이 나오자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떠뜨리던 어느 여학생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래는 몇 년 전 처형 가족들이 왔을 때 일정에 대해 보냈던 메일(수정본을 드라이빙 해외여행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인데 아직 보관함에 남아있어 그냥 참고하시라고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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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노를 누구에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제가 설명을 좀 하죠.
가는 곳의 선정은 일정과 여행 참가자의 Preference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잇어요. 애인이나 부부끼리 4-5일 정도 한 곳에 머물며 산책도 하고 게잡이나 바다낚시도 하고, 또 망망대해 태평양을 바라보며 모래찜도 하고 해수욕도 하면서 쉴 수 있는 곳. 바로 말씀하신 밴쿠버 아일랜드의 토피노가 바로 그런 곳이예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예를 들어) 레이크 루이즈처럼 와서 한 두 시간 둘러보고 갈 만한 가치는 별로 없는 곳이에요.
우선 빅토리아에서 이곳까지 왕복 10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오가는 길의 경치도 별로고 가서 보면 그냥 해수욕장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해수욕을 할 수 있느냐 하면, 글쎄요, 북태평양의 북미연안은 4월부터 9월까지 한류가 흐르는데 평균 수온이 약 12˚c 정도까지 내려가요. 한류어종인 명태라면 모를까 심장마비 걸리기 딱 알맞은 수온이에요. 난류와 25˚c 정도의 온수에서만 물놀이를 해 온 한국사람들에게는 별로 맞지 않는 곳이에요.
반면에 휘슬러에 대한 처형의 의견 제시는 아주 탁월했어요. 나도 여행계획을 짜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휘슬러를 일정에 넣을까 말까 하는 것이었는데, 4박 5일 일정에서는 아무래도 무리라 뺐지만 5박 6일 이라면 당연히 가야죠.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골프장이 또 압권이죠. 여기 골프장은 아놀드 파마가 직접 디자인한 곳으로도 유명해요. 스쿼미시를 거쳐 바닷가를 끼고 가는 길도 썩 훌륭하고.
보내드린 일정에서 하나 더 추가했으면 하는 곳은 UBC 대학의 Museum of Anthropology 예요. 북미 여러지역을 두루 다녀본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Museum들이에요. 이곳의 박물관들은 거의 예외없이 First Nation (원주민)의 역사와 Natural History (자연환경의 변화사)를 입체 공간 속에서 생동감 있게 전시하고 있어 어떤 관광명소에도 뒤지지 않는 볼거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Victoria Wax Museum의 지하 전시관에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 권력이 저지른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고문과 폭력이 적나라하게 실물 형태의 밀랍으로 묘사돼 있는데, 10여 년 전에 본 장면 하나하나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죠.
도시를 보는 것은 자연을 보는 것 하고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처음 가는 곳에 대한 호기심은 좋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죠. 기대보다는 탐구하는 자세, 자기가 살아온 세상과 다른 점을 발견할 때마다 느끼는 생경감과 재미 이런 것들이 도시 여행의 의미를 부여해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시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공부라는 것이 어느 호텔이 싸고, 어디어디가 볼 만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와 Culture을 이해하는 것 부터 시작하는 공부 말이에요. 하이네의 시(詩) 세계와 성장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이 로렐라이 언덕에 올라가 봐야 그 시인 나부랭이가 순 사기꾼이라는 생각밖에 더 들겠어요.
밴쿠버를 헬기에서 내려다 보면 숲과 바다, 빙하에 덮힌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동화 속에 나오는 도시 같은데 인구 2백만이 넘는 대도시가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세계 2백 여개국에서 모인 인종들이 수백가지의 언어로 떠들어대며 살고 있는 전형적인 모자이크 타운, 그 중에 한국사람들도 10만 명이나 북적대고 있구요. 몇 년 전에 물러난 캐나다의 수상 진 크레티앙은 '캐나다에 다수민족 (Majority)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했어요.
밴쿠버나 토론토에 가면 그 말을 실감할 수 있는데 '정체성'이라든가 '민족적 동질감'따위의 단어들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아주 생경한 문화죠. 여러 소수민족 타운 중에서 차이나 타운은 반드시 들려야 할 Point예요.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북미 최대 규모라는 그 곳의 차이나 타운은 작위적인 느낌을 줄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데 반해, 두 번째로 큰 규모인 밴쿠버의 차이나 타운은 60년대 동대문 시장 같은 자연스러움이 넘쳐나는 곳이에요.
밴쿠버의 볼거리는 대개 다운타운에 몰려 있어요. 다운타운 하버센타에 일몰때쯤 맞추어 올라 야경까지 구경하면 되구요. 가급적이면 전망대 회전레스토랑을 7 시쯤 예약해 2 시간 정도 야경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낮에는 CANADA PLACE와 CHINA TOWN(샌프란시스코 에 이어 북미 2위규모) ROBSON SQUARE(가장 번화가)등등 돌아다니면 됩니다. 카필라노 브리지는 출렁다리나 삼림욕 뿐 아니라 rain forest 에 대한 교육 투어도 참가해 볼 만 합니다.
밴쿠버에서 가장 큰 코리아타운은 로히드 몰 근처에 있어요. 짬뽕 짜장면 먹고 싶을 땐 그곳 한남수퍼 2층에 있는 두꺼비가 괜찮구요. 갈비탕은 그 맞은 편에 한아름이라는 슈퍼마켓이 있는 대형 한인 플라자가 있는데 그 곳에 있는 왕가마라는 식당이 먹을 만 해요. 밥은 개별적으로 돌솥으로 나오고 갈비탕을 먹을 동안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놓으면 누룽지밥이 됩니다. 물냉면은 의외로 그 플라자 근처(한 블록 위)에 있는 김밥천국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잘하는데 오장동 함흥냉면 집들처럼 뜨거운 육수를 제공합니다. 그 한인타운에 있는 북창동 순두부는 서울 원조 집 맛을 뺨친다는데 저는 안 가 봐서 잘 모르겠구요.
이상이 일정조정과 추가 방문지 그리고 이동수단에 대해 의견을 내신 것에 대한 간략한 수정제안이에요. 단 일정 6월 26일-7월 1일(5박 6일)에 대한 찬반여부에 대한 답변을 빨리 주시고 나머지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사안별로 천천히 토의해 가도록 합시다.
<몇 년 전 처형에게 보냈던 메일내용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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