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바닷가에서 서로 더 예쁜 조개와 조약돌을 주우려고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과 같습니다. 우리가 조개와 조약돌을 주우려고 뛰어다니고 서로 자랑하는 동안 바로 앞에 거대한 바다가 엄청난 진실을 감추며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킨스에 이어 초끈이론(string theory)이 바로 이어지고, 참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0 목사님께서 나중에 내 놓으실 카드를 보기 위해 부지런히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좋은 영상물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성의 세계란 이처럼 무한하면서도 인간에게는 탐구와 깨달음의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이처럼 진리의 세계에 한 발짝씩 다가서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 입니다.
우주의 섭리를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등장할 수 있다면 ‘고정관념에 매몰된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입니다.
새로 등장한 양자역학을 ‘이단사설’이라고 외면하고 새로 발견된 강력 개념에도 관심이 없었던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과학계에서 외면 당했는지를 알려주는 물리학계의 역사를 반추하는 것도 모두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 입니다.
감상소감은 이쯤하고 내용으로 들어가서, 문제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우리가 초끈이론을 해석하고 이해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인데, 언젠가 제가 신앙인은 과학자가 되기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듯이 앞으로는 물리학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나레이터의 설명대로 아직은 과학적으로 실험과 반증이 불가능한 이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칼 포퍼의 정의에 따른다면 아직 이론으로서의 적합성은 공인 받지 못한 셈입니다. 과학이론이라기 보다는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진술인데 항상 과학은 현상 관찰에서 출발한 철학적인 문제제기로부터 가설이 구성되고 실험을 통해 반증되는 것 이므로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제목을 ‘초끈이론 감상소감’으로 달았으면서도 새 창을 연 이유는, 어제 000 님이 올리신 동영상의 주인공 리차드 도킨스 이야기를 좀 더 해보기 위해서 입니다. 그의 과학이론에 대해서는 제가 왈가왈부할 능력이 없는데다가 이곳이 생물학회 홈피도 아니므로 그만두고 그의 무신론에 대한 진술만을 상고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왜 과학자들의 상당수와 생물학자들의 대부분이 ‘적극적 무신론자들’인지 그 이유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간단하게 말해 그들이 과학을 하는 방법론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도킨스는 강연에서 석고조각상이 스스로 구경꾼에게 손을 흔들어 줄 확률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그 현상이 실제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우리가 느끼기에 그 석고상은 공간이 없이 밀집된 원소로 구성돼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석고상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은 서로간에 엄청난 거리(원소의 크기를 기준으로 할 때)를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숫자개념으로는 상상 조차할 수 없이 많은 (이마 10 의 수십 자승?) 원소들이 어느 한 순간에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 그 석고상이 손을 흔드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 이죠. 물론 제 상상이 아니고 도킨스의 말인데 자기 전공이 아닌 그 역시 물리학자들에게 빌어 온 말을 제가 또 인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확률이 희소할 뿐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주에서 우연한 계기에 의해 생명이 출현한다는 것은 거의 개연성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석고상이 스스로 손을 흔들 확률보다는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확률은 여전히 낮아 150 억년 정도로 추정되는 우주의 나이와 팽창된 우주 공간의 부피를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횟수가 아닐 거 라는 수학적 계산입니다.
사실 이 희소한 확률은 지구상에 수소 외의 다른 원소들을 출현시키게 한 강력(원자핵의 구성요소들을 묶는 힘)의 골드락스 값 0.007 (생명출현의 선결조건이자 화학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초래하는 수소핵의 질량비)이라는 조건형성도 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는데 그들(과학자)의 표현대로 참으로 개연성이 없는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것 이 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명의 우연한 출현은 “probable, however, unlikely” 한 사건일 뿐 “completely impossible”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 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복잡한 우연을 관장하고 사건을 통제하는 우주적 지성이 존재할 가능성은 “생명이 우연히 출현할 가능성” 보다는 “고물상에서 고철더미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 747 비행기가 저절로 조림될 가능성”에 더 가깝다는 것이 과학자들, 특히 생물학자들의 인식입니다. 가능성이 더 없다는 것 이지요. 그러니 이들에게 무신론은 선택의 문제도 아니지만, 신앙인들처럼 어떤 운명적인 깨달음 같은 것도 아닌 그냥 이들의 직업인으로서 자연히 형성된 지각과 인식의 방법에서 발생한 신념이지요. 다만 그들도 고철더미가 747 이 될 확률 역시 수학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인정하에 요새 “probably”라는 겸손한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이 사람들의 무신론에 동의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니까 방금 몇 분이 집어 든 사냥총 도로 내려 놓으시기 바랍니다. 도킨스 같은 과학자가 왜 ‘적극적 무신론자’가 되었는가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 든 사례일 뿐 이니까요. 그리고 747 사례를 역으로 든 것은 혹시 아직 그런 말로 창조신화를 이론화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혹시 참고가 될까 해서 입니다.
이외에 신 존재에 대한 무신론자들 나름의 논증 이야기도 남았고, 초끈이론 동영상이 시사하는 바가 많아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렵니다. 혹시 댓글을 누가 다시면 주말에나 좀 시간이 날 것 같습니다.
추신: 리차드 파인만이 도킨스도 강연에서 인용했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그 파인만인 모양인데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이 눈에 띄어 참고하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저는 이 분의 발언을 반박도 찬성도 못하겠는데 하실 수 있는 분 계시면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요즘 늙은 물리학자가 초끈이론을 배격하면 바보취급을 받기 십상이지요. 이론물리학계에 이러한 풍조가 만연한 걸 내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바보취급을 받는 한이 있어도 할 말은 해야겠어요. 초끈이론은 완전히 엉터립니다! 이런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압니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걸 후대의 역사가들이 분명히 기억해주길 바래요. 초끈이론은 100% 허튼소리이고, 명백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중입니다."
"일단 초끈이론은 아무것도 계산하지 못해요. 그런데도 초끈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재검증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론과 실험이 완전히 따로 노는데도, 여전히 초끈이론은 옳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론에 의하면, 이 세상은 10차원 시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더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여분의 6차원을 작은 영역 속에 구겨 넣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수학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구겨진 차원의 수가 왜 하필 6개지요? 7개면 안됩니까? 끈이론학자들은 실험과 일치시키려는 의지도 없이, 그저 구겨진 차원의 개수를 맞추기 위해 방정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구겨진 차원이 8개이고 우리의 시공간이 2차원이면 안될 이유가 있습니까? 그들의 이론에 의하면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그러나 이 세상이 4차원 시공간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로 명백하니까, 여분의 6차원을 없애려고 안간힘을 쓰는 겁니다. 사실, 관측결과와의 불일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론으로부터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에요. 정말이지 초끈이론은 지나치게 관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한, 결코 이런 이론이 진리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 리처드 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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