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릴레이

신학을 동화책으로 만들어 버린 어느 목사님의 저서

sarnia 2006. 9. 1. 13:11

며칠 전 일입니다. 자동차레이스를 주제로 한 영화를 보고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시간이 애매하게 많이 남아 근처에 있는 Indigo 라는 서점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화려한 보라색 장정이 눈에 띄는 한 무더기의 단행본들을 발견했습니다. Rick Warren이라는 유명한 미국 목사님이 쓴 ‘The Purpose Driven Life’ 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What on earth am I here for(나 여기 왜 있는 거니?) 라는 부제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한 권을 꺼내 들고 서점 안에 같이 붙어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 소파에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다섯 Chapters로 나뉘어져 있는 책의 내용은 그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명쾌할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하나님이 기쁨을 위해 그리고 영원히 가족처럼 함께 지내시기 위해 너를 창조하셨으니까 너는 그런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부합해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면서 창조주를 순종하고 섬기며 온 세상을 향해 예수를 증거하는 사명을 다하라는 것이 책의 내용이었습니다.

대충 대충 그냥 넘어간 부분이 많아 혹시 내가 놓친 다른 특별한 내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없을 거라는 게 제 짐작입니다. 별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인데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일견 사로잡는 이유는 격려하는 듯한, 자상하게 설명하는, 그러면서도 독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단호하게 결론을 내리는 이 책 특유의 문체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과 격려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신이 지쳐있을 때 이런 종류의 책은 좋은 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경우에 따라 구세주 같은 복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무려 1 천 여 개에 달하는 성서구절이 인용돼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1 만 개가 넘는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를 6 천 여 개에 불과한 영어로 표현하려니 한계를 느꼈다는 토로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수 천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골머리를 싸매며 실마리를 찾으려고 다루어 왔던 이 지구상에서의 사회적 정의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하나도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답은커녕 사람들로 하여금 과제를 내팽개친 채 삶의 현장을 떠나도록 도주로를 열어주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제 독후감입니다.

도대체 하나님의 선한 목적은 오늘 이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요?

가장 철저하게 하나님을 섬긴다는 오늘의 이스라엘을 보겠습니다. 외국의 수상관저상공으로 전폭기를 출격시키고 납치된 사병을 찾는다는 구실로 주권국가의 영토를 함부로 유린하고 있습니다. ‘발광’하는 불량배와 다름없는 이 나라의 횡포 때문에 지금 중동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고 가장 감명을 받은 이들 중에는 부시를 비롯한 백악관 ‘죽음의 성경공부 모임’ 멤버들도 많을 것입니다. 지금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습니까? 9.11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 요구에 직면해 전례 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WTC 붕괴의 직접원인이 항공기 충돌이 아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폭파공법에 의한 것이고, 팬타곤을 들이받은 건 민간항공기(AA 77)가 아닌 원격조종에 의해 날아온 폭탄적재 무인군용기나 크루즈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겁에 질린 제도권 언론은 입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실정이고 당사자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경악할만한 상황들에 대해 Warren 목사의 이 책이 무슨 해답을 주고 있습니까? 순간 순간 마다 관여하신다는 하나님의 선한 목적이 영문도 모른 채 한 순간에 죽어간 9 11 일의 목숨들과 강간 당한 후 살해당한 이라크의 열 네 살짜리 소녀를 비롯한 수십 만에 달하는 민간인 사망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계십니까?

이 책의 저자 Warren목사의 걸어 온 길을 보겠습니다. 그는,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비기독교권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 지역에 1 50개에 달하는 Church Planting을 했다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된 그는 L.A 에서 1 60 km쯤 떨어진 Lake Forest라는 곳에서 교회를 개척해 미국으로서는 드물게 3 만 여명의 등록교인을 가진 Saddlebak 교회를 키워냈습니다. 그의 목회전략은 Conversion Growth 입니다. Conversion Growth란 타 종교신자나 무종교인들을 기독교인들로 개종시켜 교회를 성장시킨다는 대단히 공격적인 전도전략입니다. 미국 같은 다종교 다문화사회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위험한 전도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는 대형교회를 일구어 내는데 성공했고 Brian Nichols라는 웬 살인범 덕분에 그의 이 저서가 일약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2005 년 봄 어떤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던 도중 판사, 판사서기, 보안요원을 차례로 총으로 살해하고 도주한 이 친구는 도피 중 자기가 인질로 잡고 있던 한 여자가 읽어주는 The Purpose Driven Life’의 몇 문장을 듣고 그만 감동하여 자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그가 미국과 세계에 만연해 있는 ‘하나님의 선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의에 대해서 설명이나 항의를 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제가 이 책을 읽고 전혀 감동을 못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가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자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가 말하고 있는 하나님의 선한 목적의 한 부분으로써 말입니다. 비록 저 같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전도와 이 책에 감화되어 삶의 희망을 갖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주는 감화는 절대자와 인간 개인과의 대화의 길 중 일부를 찾아주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마 이것은 지극히 Private하고 실존적인 경험일 것입니다. Brian Nichols가 경험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월드컵 상암경기장 같은 곳에서 수 만 명이 모여 함께할 수도 있는 것인지 그게 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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