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중에 의료인이 많다.
의사 약사 간호사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은 고립감을 느낄때도 있을 정도다.
우선 내 아들이 의사(미국+캐나다)다.
형도 의사(한국)다.
처남부부도 의사(한국)고 나를 이모부라고 부르는 전직 와이프 언니의 큰 딸도 의사(한국)다.
의사만 있는 게 아니라 약사도 있다.
처형의 작은딸은 약사(캐나다+한국)다.
중학생때부터 내가 키운거나 다름없는 이 약사 처조카는 한국에 가서 제약회사에서 몇 년 일하다가 그곳 직장문화에 적응을 못해 때려치우고 다시 캐나다(토론토)로 돌아왔다.
아, 중요한 인물 한 명 빼 먹었을 뻔 했네.
나한테 약간의 라이벌 의식이 있는것 같은 누나도 약사(캐나다)다.
약사 누나는 내 말 안듣고 작년에 한국가서 훈장받은 걸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거다.
나한테는 조카가 되는 약사 누나의 둘째아들은 의사(캐나다)다.
의사와 약사만 있느냐?
간호사도 있다.
작은형수(한국)와 내 며느리가 RN(미국)이다.
글고보니 얼마전 돌아가신 1932 년생 작은엄마도 간호사였다.
간호장교출신이다.
작은엄마의 딸(나한테는 사촌누나)은 약사(미국)다.
가족중에 의료인이 많다고 해서 내가 그 세계에 대해 좀 더 아는 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모른다.
그 세계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전문의가 되기까지 10 년 동안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다.
심지어 근무하는 병원이름도 몰라서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어느 일요일 밤 (한국시간 월요일 아침),
어떤 놈이 방송에 나와 지껄이는 일장훈시를 들었다.
장장 51 분 동안이나 주절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의사는 한 나라의 최고 엘리트집단이다.
다른 직업집단에 비해 사명감과 자긍심이 유달리 높은 그룹이다.
건달 비슷한 놈한테 수준이하의 훈시를 들어야 하는 한국의사들이 느끼는 모욕감과 수치심이 어느 정도일까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한국의사들이 받는 연봉이 OECD 1 위라는 말부터가 헛소리다.
OECD 국가들 중 의사평균연봉이 한국보다 높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기 나라 의사들이 받는 연봉을 OECD에 보고하지 않는다.
룩셈부르크, 네델란드, 스위스, 미국, 캐나다, 일본, 오스트리아, 호주 같은 나라들이 그들이다.
독일, 벨기에, 프랑스도 일부 한정된 종목을 제외한 의사연봉을 OECD에 보고하지 않는다.
고액연봉 국가들을 모두 제외하고 나머지 나라들 중 PPP 기준으로 산출하니 한국이 1 위라는 계산이 나오는 모양인데, 한국 전문의들의 외래진료량이 OECD 평균의 세 배라는 건 계산에 넣지 않았다.
환자들이 뺑뺑이 돈다고?
그런 경우도 있겠지.
어느 나라든 환자들이 뺑뺑이 돌지 않는 나라는 없다.
전공의든 스페셜리스트든 의사들이 더 뺑뺑이 도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 전문의들이 과도한 노동으로 뺑이치는 동안 다른 선진국 스페셜리스트들은 주말 온콜스탠바이 한 번에 몇 천 달러 씩(과목에 따라 편차는 있다) 엑스트라 머니를 챙겨간다.
한국의사들은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비해 상대적 박봉에 시달린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통계지표상 세계 탑클래스 의료선진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나소나 툭하면 인용하기 좋아하는 OECD 통계들이 그렇게 말한다.
Mortality rates from preventable causes in OECD countries in 2021 통계부터 볼까?
소속 38 개국 중 한국이 6 위 (10 만 명 당 99 명)다.
이스라엘, 일본, 스위스. 스위든, 호주 정도만 한국보다 MRPC 비율이 낮은 편이다..
노르웨이(105 명), 캐나다(113 명) 같은 나라들이 한국보다 예방가능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
건달같은 놈이 숭배해마지않는 영국의 MRPC 비율은 인구 10 만 명 당 151 명에 이른다.
미국?
인구 10 만 명 당 238 명이 사망한다.
콜롬비아보다도 사망률이 높다.
(코캐인 선진국으로만 알고있었던 콜롬비아가 OECD 회원국인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네)
의료진+의료인프라의 실전수준에 대한 종합평가기준이 되는 Mortality from Treatable 에서 한국이 보여주는 통계결과는 더 놀랍다.
https://www.oecd-ilibrary.org/sites/ec2b395b-en/index.html?itemId=/content/component/ec2b395b-en
스위스(10 만 명 당 32 명) 바로 다음인 2 위 (10 만 명 당 39 명)에 올라있다.
그 뒤를 호주, 노르웨이, 스위든,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들이 뒤따라오고 있다.
캐나다는 17 위, 독일은 20 위다.
의료진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미국은 저 뒤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찾아보니 27 위다.
건달이 숭배하는 영국은 24 위고.
미국의 MT 비율이 높은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약물중독 중증과 총상환자들이 많아서 그런가?
궁금하니 기회되면 물어봐야겠다.
나는 한국의료현실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세계 탑글래스의 의료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그 나라의 메디신 전문가집단이 시덥잖은 놈에게 밥그릇 카르텔 운운하는 저질훈시따위나 들어야 할 군번이 아니라는 것 쯤은 분명히 안다.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들의 기여에 대한 존중이 전무한 것은 물론, 밥그릇 카르텔 운운하며 모욕을 주고 자긍심마저 무참하게 짖밟는 무도한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의사들과 그 가족들은 이번에 정말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어쨌든 그건 그렇고,,
한국 의료는 세 가지가 문제라고 한다.
첫째, 비필수진료 쏠림현상으로 필수진료인력이 부족하단다.
여기서 말하는 비필수진료란 성형 미용을 말하는데, 그거야 그 나라의 기형적이고도 기괴한 외모지상주의가 근본원인이므로 의사들 책임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그 나라 퍼스트레이디 부터가 외모지상주의의 산증인 아닌가?
의료사고의 책임을 물어 의사를 형사처벌하려드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이 유일할지도 모른다.
감옥에 안 가려면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필수진료과목을 기피하라고 장려한게 누군데 이제와서 딴소리?
둘째,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지방의료가 위기에 빠졌단다.
수도권 쏠림이 걱정되면 강남사는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해서 물좋고 산좋은 경북 봉화나 전북 장수같은 곳으로 이사가면 된다.
자식들 서울대 보내지 말고 지방 사립대 보내고,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몰려가라고 아무도 등떠밀지 않았으니 각자 살고 있는 곳의 거점병원을 믿고 이용하면 위기는 차츰 해소된다.
셋째, 의사들의 노동강도가 너무 높다고 한다.
한국의 국민 1 인당 외래진료량은 OECD 평균의 3 배다.
원인은 두 가지밖에 없다.
과잉진료도 많고 환자가 쓸데없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다.
적자를 면하기 위한 병원들의 과잉진료도 문제고 낮은 의료수가와 실손보험 등을 활용해 의료서비스를 남용하는 환자들도 문제다.
한국 의료보험체계가 아무리 우수하다고 한들, 수술비 입원비까지 완전무료에 소득에 관계없이 보험료조차 한푼 내지 않는(알버타 주의 경우) 캐나다와 비교할 수는 없을터인데 국민 1 인당 외래진료량이 캐나다의 4 배 가까이 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의사수도 부족하다며?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환자 수를 줄이는 게 더 쉽고 빠르고 합리적인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환자 수를 줄이면 해결할 수 있지만 의사 수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