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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 운운하는 자들의 미련함과 경망스러움에 대하여

sarnia 2019. 3. 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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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칠간은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뉴스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지난 주말 서울외신기자클럽과 AAJA (아시아계 미국기자 협회)가 한국 집권당 대변인 발언에 대해 이례적인 경고성 비난성명을 냈을때도 건성으로 타이틀만 스캔했을 뿐 해당 기사들을 자세하게 읽지는 않았었다. 


오늘 비로소 나경원 씨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무슨 이야기를 각각 늘어놓았는지 자세히 듣고 읽어보았다. 그 후 양측의 '인용'과 '비난'의 발단이 된 그 블룸버그 기고문이라는 것을 찾아서 전문을 읽어보았다. 헌데 통신사 통신원의 그 기고문을 두고 왜 한국에서 저 난리법석이 일어났는지 그 기고문을 다 읽고나서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다음과 같은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씨나, 나 씨가 인용했다는 저 기고문을 가리켜 '검은머리 외신기자가 미국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매국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는 요지의 험악한 소리를 쏟아놓은 사람들이나 열 네 문단 밖에 안되는 해당 기고문을 읽고(읽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로 동병상련의 정이나 나누고 이제 그만 화해해도 좋겠다는 느낌이 그 결론이다. 


나는 솔직히 이 사람들이 저 기고문의 타이틀과 첫 문장만 읽고 저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저 기고문은 나경원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가져올만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집권당 대변인이 매국적인 글로 매도하며 (그것도 6 개월 가까이나 지난 시점에 새삼스럽게) 기고자 개인을 공격하다 외신기자단의 항의를 받는 사태를 초래할만한 것도 아니다. 


저 기고문은 그토록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이유경이라는 통신원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는 잘 모른다. 관심도 없다. 글 씀씀이로 보아 사고방식이 미국화된 반북주의자인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저 기고문을 반북주의자가 유엔총회에서 조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쓴 것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기고문 본문을 읽기전에 이 기고문이 제목을 그렇게 달아놓고 본문에서 제목을 정당화하기 위해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한국 국내의 관련기사를 먼저 읽었었다. 진짜 그렇다면 저 기사를 기고한 블룸버그 통신원은 태극기부대의 찌라시 논객이지 훈련받은 통신원이 아닐 것이다. 만일 데스크에게 그런 단순한 메시지로 읽혔다면 저 기고문 원고는 블룸버그 사이트에 기사로 올라가는 대신 쓰레기통으로 던져졌을 것이다. 


자극적인 타이틀과 리드문장을 달았지만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글 제목만 보고 흥분하는 것처럼 바보같은 짓도 드물 것이다. 글 전체가 시사하고자 하는 요점은 전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기고문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와 조선 사이에 놓여있는 심연처럼 깊은 불신의 늪을 해소하고 양자를 접근시키기 위한 중재의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선옹호역할'을 조명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기고문은 상당부분 Scott Snyder 나 Stephan Noerper 같은 코리아반도 전문가들의 인터뷰 발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Stephan Noerper 의 인용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을 잘 나타내 준다. 


Stephen Noerper, senior director for policy at Korea Society, said Moon’s agenda likely involves another significant player on the world stage.

이 사람의 표현이 특히 마음에 드는데 바로 '선수' 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젠다는 세계무대에 또 하나의 뛰어난 선수를 데뷔시키는 것"이라고. 


(이 기고문은 2018 년 9 월 25 일 실렸고, 싸르니아가 김정은 선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인 2018 년 6 월 이므로 '선수'라는 표현 저작권은 Stephan Noerper 씨에게 있지 않고 여전히 싸르니아에게 있다) 


“I don’t think of Moon as Kim’s spokesperson, but rather a leader who realizes he needs both Kim and Trump amenable to agreement,” said Noerper. Moon’s approach “risks accusations of compromise, but in reality is geared toward effectively managing two outsized egos.” 

이 말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할을 참 멋지게 정리한 말이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하는 엄청나게 특이하고 강력한 자아를 지닌 두 명의 인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별한 사람들을 통합관리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노력이 "risk accusations of compromise" 즉 타협자란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비아냥 또한 그런 것들 중 하나이다. 


Noerper 의 이 발언을 보면 당시 미국 정가와 학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집단이 존재했음을 드러내 준다. 따라서 Kim's spokesperson 이라는 표현이 기고자 이유경 씨가 처음 사용한 것이라는 일부 한국 매체와 논객들의 주장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물론 기고자가 Noerper 에게 속설을 인용하며 Kim's spokesperson 이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을 수 있다. 만일 기고자가 반북주의에 미쳐 가짜뉴스나 만들어내는 '기레기'에 불과했다면 Noerper 의 저런 멋진 표현은 기사에서 삭제했을 것이다.   


“This time, please trust North Korea’s sincerity, Kim said,” Moon said, adding that the North Korean leader agreed to live broadcasting at the summits. “By live broadcasting all the process of the summit, I tried to have people around the world see Chairman Kim Jong Un and what kind of person he is with their eyes.” 


기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 전 과정을 생중계함으로서 그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전 세계 사람들이 직접 목격하도록 하는데 동의했다고 전한다. 조선이 자신들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언을 소개한 것이다. 


나경원 씨가 이 기고문을 제대로 읽고 핵심을 이해했다면, 별 것도 아닌 이 기고문 제목을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도구로 가져오는 개뚱딴지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나 씨의 그런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엉뚱하게 기사 기고자를 향해 '검은머리' '매국' 운운하는 우물안 개구리들의 19 세기식 울음합창을 하다가 세계망신을 떨어대는 헤프닝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싸르니아가 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