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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한결같은 명가의 음식들

sarnia 2017. 4. 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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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행하는 동안 잘 먹지 못했다.

입맛이 없기도 했지만,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아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런대로 비교적 만족스럽게 먹은 음식들이 생각나 그 중 서너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1. 풍천장어구이 






2 인분이다. 1 인분은 양념구이로, 나머지 1 인분은 양념하지 않은 것으로 주문했다. 

이미 구워져 나온 장어를 달구워진 맥반석 위에 올려놓으면 식사하는 동안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장어탕과 장어뼈 튀김, 청포묵, 깻닢위에 얹어 놓은 날치알, 계란찜, 열무김치, 파채, 젓갈이 따라나온다. 

장어는 살이 달고 연해 입 안에서 녹는 느낌이 난다. 

양념하지 않은 장어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양념장어를 먹는 게 순서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장어뼈 튀김은 아삭아삭하고 고소하다. 

수제비가 들어가 있는 장어탕은 시원하고 깔끔하다. 


가격은 2 인분에 9 만 원이다. 

싸르니아가 간 풍천장어는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었다. 





2. 피난살이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부산과 밀양의 명물이다. 유래는 한국전쟁이다. 

피난민들이 유엔군 부식으로 나온 돼지고기와, 그들이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돼지뼈를 이용해 국을 끓여먹은데서 그 음식이 시작됐다.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은 돼지국밥을 맛보기 위해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서면시장을 찾았다. 

이 시장에 돼지국밥의 명가들이 모여있다.

명가의 특징은 맛이 늘 한결같다는 점일 것이다. 


돼지국밥의 진수는 토렴이다.

따라서 돼지국밥집에서는 따로국밥을 시키지 않는다. 

토렴이란 찬밥에 뜨거운 육수를 부었다뺐다 반복해서 찬밥을 꼬들꼬들한 상태로 말아 데우는 과정을 의미한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부추를 듬뿍 얹어 먹는다. 

입맛 취향에 따라 밀면사리를 넣어 먹어도 괜찮다.  


가격은 6 ~7 천 원이다. 



  


3. 피난살이 밀면





밀면은 돼지국밥과 함께 부산의 2 대 향토음식이다. 밀면의 유래 역시 한국전쟁이다. 


1950 년 12 월, 

북코리아 피난민들이 유엔군 철수선을 얻어타고 흥남항구를 통해 해상으로 빠져나와 임시수도 부산과 경상남도 일대에 도착했다. 

이들 대부분의 고향은 함경도 였다고 한다. 


이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면 자갈마당 (지금의 자갈치시장) 인근 영도다리 위에 떠 있는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들의 고향과 고향음식을 그리워 했다. 

함경남도의 명물음식은 함흥냉면이다. 

함경도 출신 피난민들은 자신들의 고향음식인 함흥냉면을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이어보려 했지만 전쟁통에 메밀을 구할 수가 없었다. 

메밀대신 원조물자인 밀가루를 사용해서 냉면을 만들었다. 


메밀대신 밀가루로 처음 만들어 본 냉면은 냉면도 아니고 차가운 잔치국수도 아닌 정체불명의 괴이한 음식이었다. 

함흥냉면은 비빔국수가 주를 이루지만 물국수도 있는데, 물국수에 사용하는 육수의 맛이 원래 밍밍했다. 

강한 맛을 선호하는 로컬 (부산시민)의 입맛에는 물론 타지에서 온 피난민들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다. 


피난민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함흥냉면과 비슷한 쫄깃한 식감을 내기 위해 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이 첨가됐다. 

부산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맵고 짠 다량의 다대기가 집중 투입됐다. 

이런 피난민들의 눈물겨운 생존의 몸부림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음식 밀면이 탄생했다. 

1951 년 1 월 대한민국 임시수도 부산에서 였다. 


서울사람의 입맛을 기준으로 한다면 부산밀면 육수 맛은 강한 편이다. 

작년에 소개한 서울 우래옥 평양냉면 육수 맛과는 전혀 다르다. 

국수도 쫄깃하다기 보다는 딱딱한 편이다. 


부산에서 밀면을 잘한다고 소문 난 집은 부산역 인근 초량동과 남포동, 해운대 등에 있는데, 맛에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고 한다.   


가격은 5 ~ 6 천 원이다. 



4. 연탄불 생선구이





연탄불 생선구이의 명가들은 동대문시장 한 구석에 몰려있다.

점심시간 무렵 근처에만 가도 생선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이모는 유명하신 분이다. 

먹방프로에 몇 번 나왔는데, 1975 년 무렵 가장 먼저 생선구이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장사를 하면서 당시 난방수단이었던 연탄불에 고등어를 구워 주변 상인들에게 대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연탄불은 숯불과는 달리 석쇠위에 있는 생선이 타지 않았다. 

고기를 건조하게 하는 가스그릴이나 오븐과도 달랐다. 

기름은 빠져나오고 수분은 그대로 남아 생선살의 식감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제 1 차 석유파동의 여파가 남아 살기도 어렵고, 유신독재의 폭압통치가 극에 달해 사회 분위기도 살벌했던 그 해 한 겨울,

한 상인 아주머니가 우연히 시작한 초라한 연탄불 생선구이집은 이제 전 세계에서 여행자들이 지도를 들고 찾아오는 명가로 거듭났다.  

싸르니아가 갔을때도 일본에서 일부러 찾아 온 여행자들로 좁은 식당안이 복작복작했다.   


가격은 생선에 따라 다르다. 

고등어, 꽁치, 굴비, 삼치는 7 천 원

이면수는 8 천 원, 갈치는 1 만 원이다. 






5. 죽 



죽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말이 있다. 

밥먹을 형편이 안 되어 죽으로 대신 끼니를 해결한다는 말이다. 

별로 입맛이 없어서 두 세 번 아침에 죽을 먹었다.  


근데,

죽으로 끼니를 때우다가는 여행비가 거덜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 한끼가 밥 한끼보다 훨씬 비쌌다. 


잠실 롯데 타운, 삼계탕집에서 야채죽을 시켜 먹었고,

본죽 광화문 지점에서는 전복이 두 배 들어간 '특 전복죽'을 주문했다. 

가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본죽의 특 전북죽은 1 만 7 천 원 인가였을 것이다.

삼계탕집 야채죽에 달려나오는 동치미는 고기국물로 우려내 맛이 깊었던 기억이 난다.  







6.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의외로 먹기 어려운 음식이 남대문시장 갈치조림이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항상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갈치골목에는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행자들이 많았다.

옆자리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남녀커플이 앉았다. 

갈치조림은 2 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지만, 바쁜 점심시간이 아니라면 혼자 가도 주문이 가능하다. 


에피타이저로 잔갈치 튀김이 나온다.

무짠지와 멸치볶음 같은 기본반찬과 함께 계란찜과 구운김도 딸려나온다.

계란찜은 보드라운 수중찜이 아닌 거친 남대문시장 식이다. 

구운김에 조림양념을 살짝 묻힌 갈치살을 올려놓고 쌈을 해서 먹는다. 

밑에 깔린 두툼한 무우는 밥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갈치골목은 사람 하나 지나다닐 정도로 폭이 좁고 입구도 좁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입구에 Hairtail Ally (갈치골목) 간판이 영어 한글 한문 일본어로 붙어있다.







7. 삼순이 무한리필 간장게장



싸르니아는 간장게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잘 안 먹는다.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동에 소재한 삼순이 간장게장의 장점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함께 나오는 동시에 무한리필이라는 점이다.

간장게장은 짜지 않고 양념게장 또한 짜거나 맵지 않다.

양껏 먹는데 아무 지장없다.

다만 게장은 밥과 함께 먹을 수 밖에 없으므로 먹는 양에 한계가 있다.  

세 명이 간장, 양념 각각 세 접시 정도 비우면 적절하다. 


가격은 1 인당 1 만 9 천 원, 계란찜은 3 천 원 별도다.  


참고로 간장게장은 잘 알려져있거나 검증이 된 식당에서 먹는 게 안전하다.

세척과 숙성과정이 잘못된 불량게장은 식중독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위 : 서울 강서구 삼순이 무한리필 간장게장

아래: 인천 학운정 (무한리필이 아닌 대신 훨씬 큰 알박이 고급 게를 사용한다)





8. 삼선간짜장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으러 인천 차이나타운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싸르니아의 대답은 '필요없다' 이다. 

짜장면은 각자 살고 있는 동네 중국집이 가장 맜있다.(I am not kidding, Believe me)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동 진흥각 정도를 제외한다면 대한민국 중국집 짜장면 맛은 다 비슷비슷하다.

짬뽕은 식당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짬뽕을 주문할 때는 항상 삼선으로 시킨다.

주문하기 전에 죽순과 해삼이 들어가는지 확인한다. 꽃게나 홍합 같은 것은 필요없다.  









9. 서울구치소 3. 31 대통령 입소환영 특식


1985 년 당시 군대식사는 1 식 3 찬이었다.

여기서 3 찬이란 국을 포함하므로 실제 나오는 반찬은 두 가지였다.

군대식사가 1 식 3 찬 이었다는 사실은 3 급 군사기밀이다.

32 년이 지나 기밀이 해제되었으므로 이제는 밝힐 수 있지만, 당시 군대식사는 현재 구치소 식사보다도 못했다.






싸르니아가 알기로 이렇게 반찬홈 세 개가 있는 식판을 사용하는 곳은 군대, 구치소, 홈리스 급식소다.   

요즈음 4 천 원 짜리 관공서 구내식당에서도 기본반찬 다섯 가지가 나온다.

오늘의 식단은 태국산 쟈스민쌀로 지은 밥, 대구포를 넣어 끓인 사골국, 계란-소고기 장조림, 사과와 감자, 오이를 넣은 마요네즈 샐러드, 배추김치다.

이유는 분명치 않은데, 싸르니아는 음식을 이렇게 식판에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10. 해운대 호텔 조식


사방에 먹을 것이 널려 있는 한국에서 여행할 때 호텔조식은 예약에 넣지 않는다.

이번에는 조식을 포함시켰다.

아코르 홈피에서 이 호텔 예약할 때 오션뷰 1 박에 조식까지 포함해서 7 만 원 정도에 예약했다.

아시아퍼시픽 40 퍼센트 할인행사 가격이었는데, 짧은 행사시간동안 아코르 사이트에서만 이 가격에 예약이 가능했다. 

아코르 계열 중 이비스 엠배서더는 호텔가격에 보통 조식이 포함되지 않는다. 1 만 9 천 원 정도의 가격에 별도로 판매한다.   

40 퍼센트 할인가격에 평판이 괜찮은 이 호텔 아침식사까지 덤으로 얹어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11. 베리요거트 설빙



설빙은 프랜차이즈 팥빙수집이다.

선택한 디저트는 베리요거트 설빙

꽤 많은 양의 불루베리, 산딸기, 크랜베리가 결빙된 상태로 부드럽게 갈아진 요거트 위에 얹어져 있다.

맨 위에는 베리잼이 발라진 아이스요거트가 얹어져 있다. 

총열량이 700 Kcal 이고 한 그릇에 포함된 당류가 117 그램이라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355 밀리리터 짜리 캔 팝에 들어가 있는 당류량의 3 배가 넘는다.

   





12. 백구당 크로이즌


설빙이 디저트라면 크로이즌과 고로케는 스낵이다.

영화에서 안성기가 송영창을 살해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십계단 근처에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점인 백구당이 있다.

백구당에서 디저트로 고른 빵은 크로이즌이라고 하는 옥수수빵과 크림치즈 고로케다.

크로이즌에 붙어있는 빵은 한 개가 아니라 다섯 개다.

크로이즌과 치즈크림을 한 번에 다 먹기는 양이 많다.

고로케를 먼저 먹고 빵은 한 개 만 떼어먹는다.

나머지를 상온에 보관하면 다음 날까지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