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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들은 알고 모르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싸르니아는 한국에 갈 때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교류해왔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곤 한다. 여기서 말하는 온라인이란 주로 한국의 배낭여행자 사이트를 말한다.
올해 만난 분들은 세 분,, 두 분은 인천에서, 다른 한 분은 대구에서 만났다.
나는 그 분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는 분들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그런 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분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나에 대해서 어떤 것도 물어보신 적이 없는 것 같다. 대강 알기론 한 분은 건축사, 다른 한 분은 언어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 또 다른 한 분은 선생님이다. 나이는 각각 50 대 후반 (남), 30 대 후반 (여), 40 대 중반 (여) 이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그냥 이야기를 했다. 여행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자녀 이야기, 커피 이야기 등등……
서로의 신상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모르면서, 또 그것에 대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마치 오래 전부터 사귀어왔던 십년지기들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은 드물고도 값진 것이다.
모르는 사람끼리 처음 만났을 때는 보통 탐색과 계산을 하느라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게 마련이다. 그런 낭비절차를 거치지 않는 교류야 말로 매력적인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조건과 배경을 모르면 편견이 형성되지 않는다. 편견이 없으니까 그 사람의 진면목을 비교적 진실에 가깝게,그리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게 사람 만나는 진짜 재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서로 이름조차 알 필요가 없었지만, 이름만큼은 내가 먼저 이야기하고 상대에게도 물어봤다. 내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으면 서로 이름도 모르고 헤어졌을 것이다. 하긴 이름 물어봤던 것 조차 부질없는 짓이었던 것 같다. 이미 닉으로도 충분히 통하고 눈빛과 느낌만으로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는데 이름 같은 건 알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89 년,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가 보곤 25 년 만에 간 대구...... 이 도시는 변한 게 별로 없었다. 변한 게 있다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 동대구역 간판이 조금 커졌다는 것 정도..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 미국에서 귀국해 대구 큰 아들집에서 잠시 머무셨다.
사실 그동안,,,,,,온라인에서 멪은 인연을 오프로 연결시키는 걸 늘 조심스러워 했다. 혹시 사기꾼을 만나 사기를 당하는게 아닐까,, 이런 걱정이 돼서 조심스러웠다는 게 아니라,
전혀 안면없는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있던 관계도 줄이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늘이고 싶던 차에 없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솔직히 귀찮았다.
한국에 방문하면 가끔 친구들이나 선후배를 통해 안면없는 사람들과 만남을 가질 때가 있다. 좋은 만남도 있었지만 나쁜 만남도 있었다.
나쁜 만남이란 세 가지 괴상망측한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대화자리를 말한다.
“사돈 남 말 하시나”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독선과 고집을 지조와 신념이라고 믿고 사는 선구자형 인간을 싫어한다.
내가 싫어하는 두 번 째 유형은 자기과시가 체질화된 사람들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류의 잘난 척은 필터링없이 그대로 민낯이 드러나는 인격의 천박함 그 자체인데, 본인은 그걸 발견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주체할 수 없는 자기과시욕구가 작동하면 판단력과 관련된 아이큐가 두 자리 수로 곤두박질 치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선구자형이나 자기과시형 보다 훨씬 어처구니없는 유형은 심부름센터형 인간들이었다. 나이는 몇 살인지부터 시작해서, 어느 초중고대학을 나왔는지, 직업과 직위는 무엇인지,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 살고 있는 집은 얼마 짜리인지, 자동차는 몇 대를 소유하고 있으며 배기량은 각각 몇 리터인지, 어느 지역 츨신인지, 서울인지 경상도인지 충청도인지 전라도인지, 서울이면 강남인지 강북인지, 강북이면 사대문 안인지 사대문 밖인지, 캐나다에 산다고 하는데 시민권자인지 영주권자인지 파견근무자인지 유학생인지 방문자인지 불법체류자인지, 맨 처음 결혼한 조강지처와 아직도 함께 사는지 이혼을 했는지 사귀는 여자친구는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연상인지 연하인지 예쁜지 못 생겼는지 예쁘면 성형을 했는지 안 했는지,, 벼라별 쓸데없는 걸 알려고 드는 이 해괴한 유형의 사람들을 보면 흥신소를 하다 죽은 원귀가 붙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희한하게도 한국에서의 온라인-오프만남은 그런 모임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사람사는 세상은 평균적으로 다 비슷비슷할텐데, 희한하게도 그 동안 몇 차례 가졌던 온라인 인연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하나같이 좋은 기억들 뿐이다. 운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여섯 분 정도가 가장 많이 만난 경우였고 대부분은 올해처럼 두 분 또는 한 분과의 개별 만남이었다.
올해 만난 세 분,,,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매사에 남에 대한 배려가 천성처럼 배어나오고,이야기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 과장이나 교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담백하고 trustworthy 한 품성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온라인 교류 6 년의 결과 누리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해마다 한 두 번 씩 한국에 가는 목적,, 그 주객이 전도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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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온라인-오프 만남은 아니지만, 지난 여름 에드먼튼과 캘거리에 와서 국악공연을 했던 명동 향린교회에서 오신 몇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홍대근처에 있는 어느 음식점에서 만나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서부 캐나다에 대해 매우 좋은 인상을 받으신 듯 했다.
싸르니아는 에드먼튼에서도 여러 차례 했다는 그 국악공연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지만, 어쨌든 그 분들이 캘거리와 에드먼튼 동포사회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서 식사비를 내가 낼까 하다가, 손님 주제에 식사비를 내겠다고 설치는 것은 크게 예의에 벗어나는 짓 같아 그 분들이 식사비를 내시도록 양보했다.
인천공항 지하에 내려가면 분식집이 있다. 그 분식집에 가면 추억의 도시락을 판다. 5000 원이다. 조개탄 난로위에 잔뜩 쌓아놓고 팔면 더 잘 팔릴 것 같다. 독자 여러분들 중
younger half 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