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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던 그 비행기 안에서는...... (15금)

sarnia 2013. 8. 20. 11:55

노래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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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포스팅에는 마음이 여린 분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더위를 싫어하는 싸르니아가 제일 반가워하는 계절입니다.

 

지난 수요일 아침, 에드먼튼 지역 최저기온이 7 도 까지 떨어졌습니다. 입김이 나올랑말랑 하는 싸한 상쾌함이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속초에서 경주 가는 길

 

 

 

 

 

 

 

작년 가을, 서울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 입니다.

졸다 깨다 채널 이리저리 돌리는데 어느 지점의 비행정보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인천까지 남은 거리는 약 2 5 백 킬로미터, 약 세 시간 남짓 더 가야 도착합니다. 조금 있으면 기내등이 켜지고 저녁식사가 제공될 시간입니다. 점심에는 안심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저녁식사는 무얼 시켜 먹을까 생각하다가,,,,,,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이 번쩍 떠 올라, 재빨리 저 모니터 화면을 찰칵하고 사진에 담았습니다

......

지금으로부터 30 년 전,

이 부근에서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뉴욕을 출발 서울로 가던 대한항공 007 기가 미사일 공격을 받고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1983 년 9 월 1 일 새벽 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피격된 지점은 저 항로보다는 조금 서북쪽 이었습니다. 그 비행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항로를 이탈했습니다. 당시에는 적성국이었던 소비에트연방공화국 (지금의 러시아 + ) 영공을 침범했습니다. ICBM 기지등 극도로 민감한 전략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는 캄차카 반도 상공 비행금지구역을 날아가다 결국 참변을 당했습니다.     

사실 저 항로는 제가 그동안 대한항공을 타고 수 없이 다녔습니다. 그동안 아무생각 없이 다니다가 작년에 와서야,, 그것도 저 항로에서는 처음 타 보는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저 지점을 날아가다 우연히 모니터 스크린을 보고 대한항공 007 기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가 잦았던 해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을 직감한 사고 비행기 승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보냈을까 하는 궁금함이 자주 떠 오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떠 오른 사건이 바로 대한항공 007 기 피격사건이었습니다.

대한항공 007 편은 1987 년 추락한 대한항공 858 편과는 달리 공중에서 분해되지 않았습니다. 1997 년 괌 니미츠힐에 충돌한 대한항공 801 편처럼 세 동강이나서 불길에 휩싸인 것도 아닙니다. 

수직꼬리날개만 잃은 채 나선형을 그리며 바다를 향해 서서히 추락했습니다. 피격순간부터 바다와 충돌해서 산산조각이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약 12 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존재했습니다

다른 사고 비행기 승객들과는 달리 이 비행기 승객들에게는 '생과 사의 접경지대'를 의식할 수 있는 12 분이라는 긴 시간이 존재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269 명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미국, 대만, 브리티쉬홍콩, 일본, 필리핀, 캐나다, 태국, 호주, 영국, 도미니칸 리퍼블릭, 인도, 이란, 말레이시아, 스위든, 베트남 등 모두 16 개국 국적의 승객 240 명과 운항승무원 3 명, 캐빈승무원 20 명, deadheading crew 6 명 등 29 명의 승무원들이 그들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추론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 기록은 거의 모든 승객들이 필사적으로 산소호흡기에 매달린 채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기나긴 공포의 12 분을 겪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수호이 전투기에서 발사된 K-R-8 열추적 공대공미사일은 대한항공기 후미 50 미터 떨어진 공중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기체손상 자체는 크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시아나항공 214 편과 비슷한 정도의 꼬리부분 손상을 입었는데, 지상에서 사고가 난 아시아나기와는 달리 3 만 5 천 피트 상공에서 기체에 구멍이 뜷리는 바람에 승객들이 갑작스런 기압저하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을거라는 추정을 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후미에 있던 승객들이 가장 극심한 고통을 당했을 것이고 일부 승객들은 기체바깥으로 빨려나갔을거라고 합니다.  

......

승객들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피격되기 전에 긴급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이 부분에 대한 추론을 담은 기록은 없지만 제 생각에는 알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북미 동부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들은 대부분 밤에 출발합니다. 동부 도시들에서 밤에 출발하면 서울인천공항에 새벽녘에 도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줄곧 야간비행을 하게 되는 셈이 됩니다. 열 네 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인데다 밖은 내내 칠흑같은 어둠이기 때문에, 지루해진 승객들이 별구경을 하기 위해 창문가리개를 올리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날 밤 운명의 KE007 기와 함께 생애 마지막 야간비행을 하던 승객들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북극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있던 그들의 눈 앞에 난데없이 전투기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그 작은 비행기의 기체에서 경고용 스팟라이트가 번쩍이는 것을 목격했을 것 입니다. 잠시 후 그 전투기들이 발사한 네 발의 조명탄에 의해 깜깜하던 밤하늘이 갑자기 대낮처럼 밝아지는 뜻밖의 광경에 몹시 놀랐을 것 입니다. 이 때 쯤에는 자고 있던 승객들도 깨어났겠지요.

 

 

 

민항기가 군사적 공격을 받고 격추되는 경우란 백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황당한 일 같지만 1980 년대에는 5 년 간격으로 두 번이나 발생했습니다.

1988 년 7 월 3 일, 이란 테헤란을 떠나 두바이로 가던 이란항공 655 편이 미국 해군 순양함 USS Vincennes 가 발사한 함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일어난 날짜를 찾아서 재확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날이 바로 제가 결혼한 날이었거든요.

어린이 66 명을 포함한 승객 274 명과 승무원 16 명 등 모두 290 명이 몰살당했습니다. 이란 영해를 침범한 미국 해군함정이 멀쩡하게 자국 영공을 날아가던 민항기를 미사일로 격추시킨 이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미국은 사과 비슷한 것도 한 적이 없습니다. 사건 발생 8 년이 지난 1996 년, 희생자 일인당 21 만 3 천 불 씩 보상금을 던져주었을 뿐 입니다. 

물론 이 비행기의 승객들에게는 KE 007 편에 탑승했던 승객들과는 달리 '생과 사의 접경지대에 존재하는 시간'이 길게 부여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는 두 기의 유도탄에 맞은 즉시 산산히 부서졌고 승객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챌 시간도 없이 이승을 떠났을 것 입니다.  

 

 

 

 

(이 사진은 펌)

미국 해군 순양함 USS Vincennes 가 SM-2MR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

이 날 USS Vincennes 는 이란 여객기를 향해 두 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두 기 모두 이란항공 655 편에 명중했다.   

 

 

(펌 사진에 글짜를 새겨넣음)

대한항공 007 편을 요격한 소비에트연방 극동군 소속 Sukhoi Su-15 Intercep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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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심리에 대한 궁금함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구체적인 한 사건을 사례로 들다보니까 조금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가 되었네요.

 

뭐, 그런 분들은 없겠지만 이 글을 읽고 비행기 격추까지는 아니더라도 '혹시 사고가 난다면,,,' 하는 걱정이라도 생긴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분들이 계시면 위에 제가 쓴 글은 모두 잊으시고,

PBS 게시판에 올랐다는 이 글을 읽어보세요. 그리고 기분을 완전히 전환해 보세요.  

 

"비행기가 흔들려서 불안해지면 나는 승무원들의 얼굴을 본다. 그들의 침착한 표정을 보면 안심이 된다.

그들은 비행기를 거의 매일 탄다. 터뷸런스가 위험하다면 그렇게 평온한 모습을 보일 리 없다.

작년 미국에서 민항기를 탔다가 사고로 죽은 사람이 몇 명인가? 제로 (0) 다. 자동차 사고로는 4 만 여 명이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면 불안하게 느끼지만, 비행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전하다."

 

보셨나요?

비행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전하답니다. (이 표현이 참 좋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곧 다가올,,,,9 월에 생일을 맞이 하는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