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을 길게 잡아서가 아니라 일단 연휴가 시작되면 산으로 가는 행락객들이 많아지니까 좀 조용히 다녀오고 싶어서……
시험주행 구간은 에드먼턴- 록키마운틴하우스-사스카체완 리버크로싱-레이크루이즈-모레인레이크-밴프-캘거리-레드디어-에드먼턴으로 이어지는 약 960 km 남짓. 물론 하루에 주파했습니다.
연비측정 구간은 록키마운틴하우스에서 아이스필드파크웨이를 거쳐 캘거리로 내려갔다가 다시 레드디어까지 올라오는 615 km. 산악도로와 평지가 반반씩 섞인 구간입나다.
소비연료 34 리터. 리터 당 평균 주행거리 18.08 km.
기억나시는 분은 기억나시겠지만 나는 4 월 말 역시 산악도로와 평지가 반반씩 섞인 구간에서 기아의 미니크로스오버 Soul 을 주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Soul 의 리터당 평균 주행거리는 약 14 km. 공교롭게도 이 두 차의 배기량 (2,0 리터)은 같답니다.
정확한 데이터 기억은 없지만 Soul 의 사촌언니들인 소나타와 엘란트라의 연비가 기대이상으로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Soul의 연비에는 약간 실망했었지요.
기아차 분발하세요.이제 한국차라고 해서 교민들이 무작정 이쁘게 보고 사 주지 않으니까요.
Mazda 3 는 추월 가속력도 양호한 편이고 고속 정숙주행시 RPM 도 낮은 회전속도에서 안정적이었구요. 오르막에서 가속한다고 RPM 이 4000 이상으로 몇 분간이나 유지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이야기는 그만하고......
보시다시피 록키 사진이라는 게 다 비슷비슷해요. 이 날은 낮에는 더운데다 (24 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여서 햇빛이 무척 거칠었습니다.
에드먼턴에서 출발하면 오후에야 산에 도착하게 되는데 시간도 그렇고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레이크루이즈나 모레인레이크 같은 중요한 포인트들은 모두 지독한 역광에다 수증기 때문에 공기빛깔마저 탁해 제 시선이 머물만한 곳을 찾기가 좀 어려웠지요.
제가 산을 여행 할 때 제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는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팀버라인입니다. 팀버라인은 식물생장한계선입니다.
해발고도 2200 미터 부근에 형성돼 있는 팀버라인이야말로 식물과 자연환경간의 투쟁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는 마지노선일 것 입니다.
연중 9 개월에 달하는 겨울 동안 영하 4-50 도의 칼바람을 맞아가며 저 고산지대에 선을 이루고 있는 키작은 전나무들을 볼 때마다 작은 감동과 경의를 느낀답니다.
Peyto Lake (피-토 레이크) 입니다 --페이토가 아니고......
호수의 물은 미스타야 계속으로 뻗어있는 미스타야 강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모레인레이크 빙하잔재 돌무더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10 대 후반쯤 된 한국 여학생 두 명이 다람쥐에게 빵 조각 같은 것을 주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약간 지쳐있던 터라 그냥 지나가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뒤 돌아서서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 주지 마세요”
느닷없이 들려오는 한국말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검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네 죄송합니다” 하더군요. 나한테 사과를 할 필요는 없는 건데…… 암튼 그 어색한 미소를 보니 좀 쌀쌀맞게 주의를 준 것이 약간 마음에 걸렸습니다.
여기서 잠깐 광고 한 마디. 언젠가 수퍼스토어에서 사온 뜸양꿍 라면이라는 건데…… 국물 맛이 아주 일품이던데요. 라면 특유의 식후 부담도 없고.
앞으로는 라면을 두 종류를 사다 놓아야겠습니다. 한국라면은 한국라면대로 이 태국 라면은 이것대로 쓸모가 있을 듯.
강렬한 역광때문에 그 아름다운 모레인레이크의 모습을 이런 식으로 밖에는 사진에 담을 수 없군요. 죄송......
이 호텔이 그 유명한 샤토레이크루이즈 호텔입니다. 겨울 스키시즌에 할인가격으로 숙박하면 약 150 불 (약 17 만 원) 정도에 방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6 월부터 9 월까지 이 호텔의 레이크 사이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방을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답니다.
무지막지한 역광과 수증기증발로 세계 10 대 절경 중 하나인 레이크루이즈의 체면이 어제는 말이 아니게 됐군요.
뭐, 레이크루이즈의 진면목은 달력 같은데 많이 나오니까 거기서 보심 되구요.
록키 이야기도 그만하고......
캘거리에서 월남국수로 저녁식사를 마치니까 아홉 시쯤 되더군요.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언덕에 올라가 야경을 몇 컷 찍었지요.
삼각대 퀵슈에 카메라를 장착하긴 했는데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삼각대를 거치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어요.
야경모드의 셔터스피드는 2.5 분의 1 초, 즉 0.4 초로 아주 느립니다. 이 속도에서 과연 삼각대 없이 블러리하지 않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 의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 오르더라구요.
야간사격 한다고 소총을 삼각대에 거치해야 하나? M16A1 자동소총 방아쇠에 셀프타이머나 릴리즈모드가 있나?
당연히 없지요 (모르죠. 요새는 있는지도).
야간사격에 가장 유리한 사격자세는 ‘엎드려 쏴’ 이지만 내가 이 나이에 땅바닥에 엎어져 있을 수는 없고, 차선책으로 무릎 쏴 자세를 취했습니다.
삼각대를 제거하지는 않은 채 대신 1 단으로 접어 겨드랑이에 밀착시키고 숨을 멈춘 상태에서 5 초 이내에 검지보다 무거운 중지를 이용해 부드러운 터치로 격발…… 세 컷 찍었는데 세 컷 모두 흔들림 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