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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한마디

sarnia 2008. 12. 21. 14:36

오늘은 느닷없이 지금부터 딱 30 년 전 기억들이 떠 올라 잠시 회상을 해 보았습니다.

 

1978 .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대 배경이기도 한 이 해엔 나와 우리나라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우선 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해가 이 해군요. 이 나쁜 습관은 내가 담배를 끊은 2003 년까지 무려 25 년 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담배를 끊게 된 계기가 좀 색다릅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 하기 전에 이 에피소드부터 잠깐 소개합니다. 

 

끊으려고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뜯은 담뱃갑이 주머니에 들어 있는 걸 모른 채 다른 옷들과 함께 세탁기를 돌린 것 입니다. 엉망이 된 옷가지에서 담배 피스들을 일일이 제거하고 다시 라운드리를 마치는 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젖은 상태에서는 담배 피스들을 제거할 수 없어 우선 dryer에 넣고 한 시간쯤 돌려 완전히 말리기부터 해야 했습니다.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친 나는 카튼에 남은 담배 나머지 일곱 갑을 들고 나가 길거리에 있는 어느 홈리스(노숙자) 에게 주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내 돈으로 담배를 사지 않겠다고. 그 날부터 지금까지 5 년 이상 담배를 입에 대 본 적이 없습니다. 끊은 것 맞지요?

 

누구나 그런 건진 모르지만 나는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추억이 가장 생생하고 즐겁습니다.

 

우리는 토요일 마다 담배연기 자욱한 학교 앞 튀김 집 골방에서 소주를 마셔가며 쩜 십 짜리 고스톱을 쳤습니다. 막판에는 언제나 섯다짓고 땡으로 돌렸지요.

 

한 번은 내가 주동이 되어 여러 명과 어울려 당시 주변이 허허벌판이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쳐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혹시 그 해 봄에 말썽이 됐던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 간 것 아니냐구요?

 

그건 아니고 거기 사는 탤런트 정윤희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지요. 몇 번 갔는데 경비에게 쫓겨 난 다음부터는 가지 않았습니다.

 

이 해 12 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공화당이 신민당에게 1.1 % 포인트 차로 패배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부터 몰락의 위험을 일찌감치 감지한 독재자 박정희의 성격이 급격히 포악해 지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육영수 씨가 피살된1974 년 이전에는 주로 청와대 2 층 침실에서 재떨이가 날아다녔는데, 이 때부터는 청와대 집무실 재떨이가 공중을 날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영화 ‘색계’ 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젊은 시절의 박정희와 많이 닮았죠외모만이 아닙니다. 여성편력, 강한 척하는 표정, 슬프고 나약한 내면, 냉혹한 일 처리. 아주 딱 입니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일제 강점기 당시 직책입니다. 박정희는 만주군 초급장교였는데, 이 사람은 정보수사기관의 고위직이군요. Anyway. 하던 이야기로 돌아 갑시다.   

 

 

대학가요제와 해변가요제에서 주옥 같은 가요들이 쏟아져 나온 해도 1978 년 입니다. (, 지금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있는 영 사운드의 등불은 이 해에 나온 노래는 아닌데, 이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노래 중 하나입니다). 1978 년 이전에는 통기타 아니면 남진 나훈아 풍이나 트로트가 주류였습니다.

 

박정희가 거의 모든 인기가수들과 작곡가들을 잡아들이고 그들의 노래를 방송금지 시키는 바람에 참 들을 노래가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박정희가 가수들을 감옥에 보내고 쫓아낸 이유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자기가 손수 작사 작곡한 새마을 노래를 안 부르고 대중가요를 더 좋아하는 것에 질투하고 격분하고 배신감마저 느꼈기 때문에 이 같은 짓을 저질렀을 것 입니다.

 

그래서 대학가요제와 해변가요제에서 좋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기 전까지는 주로 CM Song이 대중가요 역할을 대신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CM Song 타이틀 매치는 주로 정윤희를 모델로 내세운 해태와 서미경(후에 서승희로 개명)을 모델로 내세운 롯데의 각축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고 멜로디가 좋은 CM Song 가사 두 개만 소개해 드립니다.

 

멕시코 치클처럼 부드럽게 말해요. 롯데껌 처럼 향기롭게 웃어요

쥬시 후레쉬-후레쉬 민트-스피아민트- 롯데껌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가씨 그-윽한 그 향기는 뭔가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카시아 껌

 

고등학생으로서는 부담스럽게도 매일 신문을 사서 봤습니다. ‘일간스포츠였는데 고우영 만화와 김성종 추리소설 5 그리고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를 읽기 위해서였죠.  주인공 윤여옥은 내 걸 프랜드 상이었고 장하림과 최대치를 반 반씩 닮은 완소훈남을 나 자신으로 착각하기도 했지요.

 

 

시작부터 비극이었던 2008 년이 파국으로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출범이 비극이요. 세계금융자본주의의 붕괴로 전 인류가 압사당할 위기에 몰린 상황이 파국입니다.

 

100분 토론에 나와 가장 말을 적게 한 김제동 씨가 가장 정곡을 찌른 발언을 하더군요.

 

문제는 상층부에서 터졌는데 피해는 하층부(서민)가 짊어진다.

 

지난 여름 어느 날, 기장 논객 이동희 님이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리석은 글을 썼다고 하던데 저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잡담 좀 늘어놓았습니다. 밖의 기온이 영하 30 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1 주일 째 계속되고 있거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